심심한 맛이 ‘맛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종종 담백한 인디영화를 보며 “괜찮다”고 느껴봤던 관객이라면, 오는 19일 개봉하는 한일합작 영화 <오이시맨>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을 것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히로인 이케와키 치즈루가 등장한다니 더욱 그럴 법하다. 한때 잘나가는 뮤지션이었던 현석(이민기)이 슬럼프를 겪으며 떠난 여행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는 청춘로맨스다.


현석은 음감을 잃게 되는 ‘이명현상’을 겪으며 좌절하듯 변두리 아줌마들의 노래강사로 하루하루 연명한다. 흥이 나지 않는 수업에 불만을 느낀 아줌마들이 단체로 뛰쳐나간 노래교실에 한 명의 여인이 남는데, 바로 현석의 그룹사운드 시절 팬이었던 재영(정유미)이다. 현석은 재영을 만나며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한 채 훌쩍 훗카이도의 몬베츠로 여행을 떠난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가득한 몬베츠에서 개성강한 옷차림의 메구미(이케와키 치즈루)가 담뱃불을 빌리며 접근한다. 할머니와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는 메구미를 따라 그곳에 묵게 된 현석은 그렇게 계획에 없던 일정을 시작한다.

말투도 거칠고, 능청스럽기까지 한 메구미는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술 좀 그만 마시라는 할머니의 당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유쾌해마지 않다. 몬베츠에서 관광가이드로 일하는 그녀는 쓸쓸해 보이는 현석이 마음에 걸려 먼저 다가간다. 현석은 낯설게 느껴졌던 메구미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메구미 앞에서 현석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빼고는, 영화는 시종일관 심심할 정도로 고요하다.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지만 영화는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기 마련이라는 듯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가장 단순한 게 가장 좋아질 때가 있다”고 맨밥을 술안주 삼아 먹던 재영의 말처럼 <오이시맨>은 오히려 ‘청춘’ ‘사랑’ 스토리가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았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음악과 더불어 음식은 현석과 메구미를 소통케 하는 매신저다. 할머니가 해준 맛있는 음식과 달리 메구미가 해준 석연찮은(?) 음식은 ‘맛’ 자체보다 서로를 배려하는 ‘정성’으로 통한다. 그들은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 대화에 불편을 겪지만 음식을 맛본 후 내뱉는 ‘오이시’ 한마디로 서로를 위로하듯 기뻐한다. 김정중 감독은 <오이시맨> 제목의 의미에 대해 “맛있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삶의 맛’이라는 넓은 의미로 작용된다”고 밝혔다.



 

영화의 배경 몬베츠는 ‘조용한 강’이란 지명이 말해주듯 일본 내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마을이다. 백미로 꼽히는 유빙장면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그 위를 표류하는 해빙들이 장관을 이루며 감탄할만한 절경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현석처럼, 방황하는 시기의 청춘들이 그곳을 찾는다면 코 끝 찡해지는 더 없이 좋은 치유의 장소가 될 듯 보였다.



Posted by 영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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