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연말이다. 지나온 시간들이 과연 의미있었을까 되돌아보게 되고 그 시간 중 일부를 무의미하게 보낸 것에 후회도 든다.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들을 보관했다가 좀 더 필요한 곳에 쓸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소년이 있다. 커다란 가방 안에 시간을 담아 여행을 하는 소년,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여행자>에서의 소년 찰리를 따라가보자.
소년 찰리는 좋은 집과 부모님, 사랑스런 여자친구에 더해 자신을 졸졸 따르는 애완견까지 있다. 어느 날 소년은 삶이 완벽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고, 여행을 떠난다. 튼튼한 잠금장치가 달린 초록색 여행가방 안에는 시간을 담을 수 있다. 큼지막한 ‘수십 년’과 둥글고 흐늘흐늘한 ‘일 년’, 네모지고 말랑한 ‘한 달’, 삼각형의 빛나는 ‘한 주’, 보드랍고 매끄러운 ‘한 시간’, 구깃구깃한 ‘일 분’, 자잘한 ‘일 초’들까지 가방 안에 꾹꾹 담고 집을 나선다.
소년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완벽한 무언가를 찾아 매일같이 걷는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그토록 원하던 완벽한 행복을 찾지 못한다. 그렇게 평생을 떠돌다 집으로 돌아온 찰리. 이제는 늙어버린 여자친구 앞에서 여행 가방을 여는데 아껴뒀던 시간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그는 행복을 부정했던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뒤늦게 행복의 시간을 찾는다.
초록색 가방 안에 자신의 주어진 모든 시간을 챙겨 넣고 여행을 떠났던 찰리는 현재의 행복과 가치를 부정하고 조바심 내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책에서는 삶의 진짜 의미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있음을 이야기한다. 쳇바퀴 돌 듯 쉼 없는 삶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면 행복의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인 대런 심킨과 대니얼 심킨은 형제다. 대런 심킨이 스토리를, 형인 대니얼 심킨이 그림을 그렸다. 분량은 짧고 간단하지만 여운은 길다. 영문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대런 심킨 지음. 대니얼 심킨 그림 / 황소자리 펴냄
댓글을 달아 주세요